2008년 01월 31일
꽤 괜찮은 게임, 유그드라 유니온

PSP용 SRPG "유그드라 유니온"
요즘 블로그가 영화 블로그 삘이 된 거 같아서 간만에 게임 이야기.
요 며칠간 붙잡고 있는 게임이 하나 있는데 PSP로 저번주에 발매된 "유그드라 유니온".
땡글땡글한 캐릭터 디자인이 잘 그린 건 아니지만 인상적이었던 GBA용 게임이었는데, PSP로 이식되며 음성 지원, 시스템 보완, 추가요소 등등등을 거쳐 발매되었습니다.

일러스트를 중히 여기는 저지만, 그리 땡기는 스타일의 그림이 아니라...
GBA 시절 아웃오브안중이었다가
그 결과 완전히 빠져버리고 말았네요.
일단 기본적인 게임성은 "파이어 엠블렘"과 비슷한 정통파 SRPG 스타일.
스토리부터 프롤로그에서 멸망한 나라의 공주가 주인공이 나라를 부활시키며 악의 제국을 멸망시키는 내용이고, 검, 창, 도끼로 이뤄진 가위바위보 전투 시스템이 기본이기 때문.
물론 마법이나 활 같은 다른 속성이 가위바위보를 견제하는 것도 파엠에서 보기 쉬운 장면.

전투신에서 1:1이 아닌 부대 vs. 부대인 것이 랑그릿사 같은 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함
여기까지 들으면 파엠의 아류작이니 잘 해야 평작일 가능성이 많지만, 다양한 신시스템으로 전혀 다른 게임의 분위기를 낸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일단 게임은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사용하며, 카드에 적힌 숫자대로 이동할 수 있고, 1턴에 공격은 무조건 1번, 카드마다 설정된 스킬 발동조건(낮과 밤 같은 시간대 설정, 지형이나 무기타입 등), 아군끼리 연합해서 싸울 수 있는 유니온 시스템, 전투중 방향키를 조작해 공격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레이지 시스템 등이 존재하는 게 특징이네요.
시스템 하나하나가 상당히 중요한데 꽤 많기 때문에 초반부 스테이지는 도입부마다 튜토리얼이 행해질 정도인데, 많긴 하지만 실제론 크게 많은 이해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쉽게 익숙해진다는 게 장점.
적당히 무기 상성보고, 적당히 유니온 짜는 진형 맞추고, 적당히 전투에서 방향키를 좌우로 눌러가며 공세를 조절해 스킬발동하거나 단숨에 끝내고... 의외로 간단하게 시스템에 익숙해집니다.

유니온 시스템과 함께 가장 중요한 카드. 카드마다 설정된 스킬을 발동하는 게 중요한데, 이 카드 때문에 파엠과 컬트셉트 같은 게임이 혼합된 느낌을 받기도 함.
물론 유니온 시스템이나 카드 스킬 발동 같은 건 적도 마찬가지이며, 아군의 최대 출격수인 5 부대가 적의 수십 부대를 학살해야 하는 건 SRPG의 전통인만큼 머리를 잘 굴려야 하는 건 당연.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아군이고 적이고 '1턴에 1번만 공격할 수 있다'는 시스템덕분에 퍼즐하듯이 진형 짜고, 카드를 뭘 쓸까 고민하고, 누구를 앞에다 던져놔야 좋을까를 빠릿빠릿하게 궁리해야 하는 게 재밌네요.
매 턴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는 게 장기나 바둑에서 한 수 둘 때의 그 느낌과 비슷합니다.
왜냐하면 스테이지 진행중엔 회복 수단이 전혀 없거든요. -ㅠ-
실수하면 그야말로 엿 된다!
클리어한다고 풀회복되는 그런 편리한 시스템도 아니고, 회복수단도 매우 한정되어 있어 대충 진행하면 초반에 길이 막힙니다.
실제로 이런 류 게임에선 오랜만에 '수 하나를 잘못 둬서' 스테이지 리트라이를 자주 하게 되는데, 그래도 스테이지 하나 클리어 시간이 20분 안쪽이기 때문에 큰 부담도 없다는 게 장점일 듯.
그밖에도 스토리가 생각보다 골 때리는 게임이라는 것도 웃기고요.
귀여운 그림체 때문에 처음엔 좀 오해했는데, 이거 알고 보면 막 나가는 게임입니다.
망국의 공주가 나라 재건하는 건 파엠에서도 흔히 보던 시츄에이션이지만, 동맹 청하러 간 지방호족이 내란으로 우왕좌왕하자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다가 두 세력 전부 멸망시키지 않나;;;;
원군을 요청하러 간 운디네의 나라가 사소한 오해로 인간들을 습격하자, 조금 설득하다가 말이 안 통하니까 '내 코가 석자라 시간 많이 없따'라면서 바로 멸망시켜 버리고... -ㅠ-
역병신 같은 공주가 벌이는 멸망의 행진이 유쾌해서 대단할 것 없는 스토리가 상당히 팍팍 진행됩니다.
여기에 다소곳하고 기가 약한 주인공 유그드라 공주의, 전투에 들어가면 홱가닥 변하는 성격도 한 몫하는 듯.

적이 공격을 걸어왔다. "다가오면 베겠습니다!"

다음 스테이지의 보스급. "다가오면 베겠습니다!"

계속되는 향연. "다가오면 베겠습니다!"

바리에이션을 늘리자. "이런 무례한! 다가오면 베겠습니다!"

이쯤 되면 공주의 말은 무조건 이걸로 끝나야 한다. "...절 노리는 거군요? 다가오면 베겠습니다!"
'귀신을 만나면 귀신을 베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벤다'는 필살의 의지가 느껴집니다.
덕분에 유그드라 공주는 꽤 뒤틀린 인기가 많더군요. -ㅠ-
시나리오 초중반에 적국의 황제를 보자 눈이 뒤집혀서 혼자 죽이러 가는 장면도 멋있고 말이죠(그래서 잡혀가지만;;).
듣자하니 엔딩중 하나는 칼 한자루 들고 신계로 쳐들어가 신들과 맞짱 뜨기로 하는 전개라던데 매우 기대됩니다.
아무튼 꽤 할 만한 게임입니다.
네임밸류가 없다보니 한국이나 일본이나 대작의 반열엔 못 오르는 게임이지만, 잡아보면 꽤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
특히 파엠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력히 추천하는 게임.
아는 사람들만 아는 게임이 되겠지만, 명작까진 무리더라도 수작의 반열에 올려놓을 만 합니다.

오늘의 짤방. 카와시타 미즈키 그림체가 많이 바뀌었네요. 딸기100%의 느낌이 아니어서 처음엔 Oh! Great 선생이거나 오바타 타케시의 그림으로 착각했음
# by | 2008/01/31 04:53 | 感想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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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장벽이 크더군요. 엔간히 비싸게 팔리는 건 뭐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그냥 패스해버리는 거 보고 땅을 쳤다나.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 그림의 아이스크림 먹는 시키'는 (삐---)랑 싸우다가 팔이 뜯겨나간 상태 -ㅠ-
...로딩이 길지 않다면 기쁠텐데... (신천마계 해보고 질려버렸습니다. ;ㅁ;)
그린필드 // 언어장벽이 크긴 하죠; 특히 이 게임은 카드마다 설명을 다 알아야 잘 쓸 수 있으니;;
보트의요정 // 아~ 그때 대작이 많아서 못 했었던가 그랬죠? 이번에도 할 만한 거 같던데 다른 대작들이 나오지 않나... --; 역시 네임밸류가 문제네요. 근데 시키의 거시기는 아이스크림 먹던 장면이 나오던가... 완전 휘발성 메모리네요;
AyakO // PSP니까 이동하면서 하면 되지 않을까? 그래도 담달이면 기렌의 야망 나오니 난감하겠군
원더바 // 이번에는 그런 초절 난이도 조절한다고, 스테이지에 출격 안 한 대기유닛은 일정량 회복되도록 조절되었습니다. 그래서 GBA판 하신분들은 쉬워졌다고 하더군요. 때문에 아군은 많을수록 좋음
팽 // ..................보긴 봤습니다. ㅋ 무려 동영상(?)으로 나오더군요;;; 포스팅할 만하려나;
鬼畜の100 // 저도 예상밖으로 잘 만든 게임이라 놀라고 있네요. 화면캡쳐는 PSP 커펌을 하면 캡쳐 기능이 지원되서 그걸 쓰고 있습니다. 안 믿을지 몰라도 저 캡쳐랑 로딩 때문에 커펌했지 게임 다 사서 해요... -ㅠ- 커펌이 다른 건 몰라도 캡쳐 기능 하나만큼은 정말 고맙다는... SCE에선 판권 문제 때문에 캡쳐 기능을 지원 안 하는 거 같아요;
아이솔 // iso로 돌리고 있긴 한데 UMD로 해봐도 로딩은 그리 길다는 느낌은 없더군요. 팍팍 진행된다는 느낌
집에선 시고토 타이틀이 있고
기렌 주문했다요~ ~(-_-)~
알고보니 창세의땅 리베리아였나 그걸 만든 제작사 같던데.
.....그 물건도 다시 하고싶은 욕망이 불끈 불끈 솓습니다
역습의 명후니 // 캐릭터는 뇌내보완으로 조절하는 게 올바른 덕후의 자세셈
디드릿트 // ..........재미없냐? 그거 받기로 했는데 -ㅠ-
lastwaltz // 저도 리베리아와 세계관이 일부 연동한다길래 구해서 해볼까 고민중입니다;;